서울의 문 공모전 진행/심사결과에 대하여

  • 익명
  • 17.07.16[300]

안녕하세요. 이번에 공모전에 참가한 건축가입니다.
이번 심사결과를 포함하여, 공모전에 대해서 몇까지 말씀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글을 쓴다고 뭐가 바뀔까 싶어 그만 두려다가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들과 주최측의 예의없음과 무개념에 글을 남겨봅니다.

우선 참가하신 분들 중 이곳에 글 쓰신 분들은 공모결과에만 분노하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식이지만,
저는 오히려 조금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응모작들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뭐가 되었든(일정/금액) 바뀔 수 있으니 공모자는 순응하라는 지침, 떳다방과 같은 운영사무국 그리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던 Q&A 등에서 공모를 준비하는 내내 찝찝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조금 더 자세히 내용을 써보겠습니다.


[1. 공모요강(지침)의 부정확성]
우선 공모를 진행하는 단계부터가 부정확하여 도대체 진행이 어떻게 되는 건지가 혼란스러웠습니다. 공모전 포스터의 내용과 다운로드 받는 지침에 적혀있는 일정과 당선금/보상금에 대한 내용이 달랐고, 설계비(작가비)에 대한 내용 모두 언지조차 되지 않았거나 정확히 표현하지 않아 Q&A로 계속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단계와 2단계 그리고 1단계에서 1차와 2차가 있는지 없는지 1차에선 얼마의 보상금이고 2차에선 얼마의 보상금인지, 설계비(아티스트 fee)는 얼마인지 지침에 조차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모는 중간에 수준미달이면 아예 안할 수도 있고 어떤 결정이든 공모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그리고 1단계 1차는 언제 발표를 하겠다는 내용조차 없고 바로 전날 Q&A질문을 통해서 그것도 두번의 질문을 통해서 날짜를 밝히고 바로 하루전인데도 당선 발표조차 사정에 의해서 바뀔 수 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발표당일에는 함께 참가하였던 팀원이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하니 6시가 지나야 발표가 날 것이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서 자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7월 14일 오후 5시에 일입니다. 또한 070 전화로 된 운영사무국은 부재중이기 일 쑤 였습니다. 도대체 운영사무국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는지요.

이 모든 과정이 결론적으로는 ´주최측이 모든지 마음대로 할 것이다´ 혹은 ´공모전 준비는 엉망진창이었다´라는 식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공모전이라지만 참가자는 공모요강과 게시판의 답변을 일종의 계약서와 같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계속해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는 공모결과에 연관하여 계속해서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 2.심사결과 발표에 대한 내용 ]
결론적으로는 뻔한 기존의 gate(도시를 들어갈 때 볼 수 있는 정체불명의 흉측한 조형물들)를 뛰어넘는 참신함/실현가능성/서울이라는 정체성에 그 어떤 것도 부합하는 작품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참으로 비겁하고 무책임한 심사평입니다.

먼저 기존의 것을 답습하고 있다 하였는데 물론 공공미술로서 진행한 프로젝트지만 공모의 방향은 굉장히 건축적이었습니다. ´장소성´과 ´시대성´을 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을 들어오는 환영의 문이면서도 일반 시민이 쓸 수있는 공간/장소적인 기능을 담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데,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기존의 gate가 가지는 어휘를 채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축에서도 새로운 건축이란 갑자기 난해하고 쌩뚱맞은 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용도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재조합/재창조하는 일입니다.
두번 째로 실현가능성을 들었습니다. 1단계 1차 공모전은 ´기획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2차 시민발표를 거쳐 2단계에서 설계공모를 하는 것으로요. 그런데 전체적인 컨셉을 잡는 기획안 공모전에서 실현가능성을 운운한 것입니다. 건축에 10년이상 몸담은 경험으로는 건물을 착공하기 바로 직전에도 예산에서부터 구조/디테일/설비등의 실현가능성 때문에 프로젝트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즉 그 어떤 단계라도 실현이 불가능한 포인트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고, 서울의 문도 무엇인가를 설치하는 건축으로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정체성 역시 누가 이 시대에 서울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그렇게 폭력적으로 몇명에 의해서 정의할 수 있겠습니까? 촌스럽게 "두유노김치/두유노김연아/두유노강남스타일" 같은 일차원적인 해석이 필요했습니까? 전혀 그런 공모전이 아닌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가지 평가기준을 저의 작품에 견주어 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그것을 떠나서도 결론적으로 이 세가지의 이유 모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심사평으로 그 어떤 작품에 대해서도 말할 수있는 총론적이고 뻔한 핑계를 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저히 1단계 1차에서 이런 방식의 심사평은 인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3.결론]
결국에는 처음부터 이 공모전이 제대로 준비는 된 것인가부터 알고 싶습니다. 안일한 태도로 일단 공모전 열어놓고 괜찮은거 있으면 진행해보자는 식의 간보기는 아니었는지요. 제대로 관련 기관/단체/사람들과의 조율없이 시작된 일은 아닌지요.
그리고 공모결과에 대해서는, 우선 당연 공모주최의 기준에 따라 수준,기대이하의 양,질의작품의 접수되었다면 당선작을 안내는 등의 어떤 판단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많이 보았구요. 되려 보여주기식 때문에 억지로 낮은 퀄러티의 작품들을 뽑아놓고 꾸역꾸역 홍보하는 것이 더 문제라도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십분 감안 하더라도 공모지침부터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까지 상식없음에 글을 남깁니다. 모든 걸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예견이라도 한듯이 후보없음의 결과를 내는 과정까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아무에게나 적용되는 심사평까지도 말입니다.
심사위원을 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심사위원장님의 작품과 글등에 담겨있는 사상과 인격적인 면까지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사위원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프로젝트의 단장으로 계신 심사위원장님이 관여가 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부정확한 지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준비하고 마지막까지 접수하였습니다. 현대미술이 쓰레기나 뻘짓이 아닐 수 있는 것은 그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통해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고 제안하여 상상´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진행과 결과는 그런 점에서도 의미와 생각은 무시한 채 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모든 걸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이 공모전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참가자로서 할 수 있었던 일은 서울시민과 건축가로서 정말 새롭고 건강한 장소를 탄생시키는 것 뿐이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비겁하게 물러서서 무책임했던 주최측, 즉 운영사무국과 심사위원분들에게 계속 해서 품게 되는 ´진행방식의 미흡함´과 ´납득안되는 심사결과´에 대한 해결방안과 답변을 요구합니다. 곤란하다고 하여 계속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식의 답변은 상황을 더 최악으로 만들 것입니다. 빠른 시일내에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해명이 되었든 새로운 공모의 방법이 되었든 뭐든 방안을 내어 주십시요. 애정을 가지고 작업을 한 프로젝트인만큼 뭐든 받아들이고 나설일이 있다면 나서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거나 또 눈에 보이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온다며, 이런 졸속이고 비겁한 방식에 대해 반드시 큰 문제로 돌아올 것을 확신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